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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호대학원과 정보보호병, 어느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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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어 보니까 지도 교수와 토론하며 연구를 주도해야 하는 대학원 생활의 모습이, BoB 멘토와 토론하며 BoB 팀 프로젝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꼭 대학원에 가지 않더라도 BoB 팀 프로젝트를 하기 이전에, 읽어 보면 좋은 책인 것 같다. 지도 교수가 대학원생의 논문을 써 주는 것이 아니고, 대학원생이 스스로 본인의 연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생각대로 했던 것이 왜 안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를 주도적으로 끌어나가야 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본인이 어떤 상황인지 요약하여 지도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BoB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교육생도 단순히 멘토가 추천해준 방법만 행하고, 정기적인 회의 시간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이 잘 되었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프로젝트의 큰 틀을 보면서 계획을 세워보고, 만약 잘 안되었다면(보통 잘 안 된다) 왜 안 되었는지, 그 해결법은 무엇인지까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런 뒤에, 회의 시간이 오기 전에도 자주 멘토에게 연락하여, 자기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알려주어야, 멘토도 그 상황을 미리 인지하여, 회의 시간에 더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원을 진학하기 이전에, 학생 스스로 ‘본인이 대학원에서의 배움을 원하는지, 대학원이라는 긴 마라톤을 즐겁게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필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학부생 수준의 공부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취업이 잘 안되어서,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 해서와 같은, 도피성 이유로는 대학원 생활에서 배움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대학원을 진학하기 이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인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으며, 그 문제가 어느 정도 기술적 난이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지적 호기심과 끈기를 갖추고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 같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본인이 지금은 관심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 최신 논문을 읽어보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것이 필수적인 것 같다. 본인은 막연하게 해당 분야가 좋다고 생각해왔지만, 실제 그것을 행했을 때 얻어지는 느낌이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대학원을 진학할 것인가? 아니면 정보보호병으로 빠질 것인가?

BoB를 수료하고 돌아오니 2학년이 되어 있었고, 동아리 회장을 맡다 보니까 3학년까지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 학기만 지나면 4학년이 된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여름방학까지 병역 문제로 정말 고민이 많았다. 정보보호병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 정보보호 장교로 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대학원을 진학한 뒤 전문연구요원을 하는 것이 좋을까? 주변에 이와 관련하여 조언을 많이 구했고, 여러 입장을 가진 그들이 해준 말은 다음과 같았다.

  • “군대 다녀오면 다 까먹는다”
  • “군대 안에 갇혀 있는 것보다 대학원으로 병특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 “자기관리가 잘 된다면 장교, 자기관리가 잘 안 된다면 병사로 가라. 대학원은 최후의 선택이다”
  • “군대를 갈 거라면 장교보다는 무조건 병사로 가는 것이 좋다”
  • “대학원은 에바다. 무조건 병사로 갔다 와라”
  • “여러 논문을 읽어보고 과제를 하는 대학원 경험과 학위가 나중을 위해서도 무조건 더 나은 선택이다”

여러 조언을 많이 받을 수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은 군대를 다녀오기로 마음을 굳혔다. 정확히는 4학년 1학기를 마친 뒤인, 내년 7월에 공군 정보보호병으로 복무하고자 한다. 이러한 결정을 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내가 제대로 연구해 본 관심 분야도 없으면서, 도피성으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대학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현역 산업기능요원이 가능한지도 열심히 알아보았었고, 2022년부터는 현역이 산기요로 편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현타가 오기도 했다.

나는 아직 대학원 생활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만약 대학원 진학을 하더라도, 지금 상태에서는 그 시간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시간은 소중히 다뤄야 할 것인데, 2년을 그렇게 수동적으로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정보보호병으로 빠르게 병역 문제를 해결한 뒤에, 내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더 낫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대학원보다 정보보호병이 무조건 더 낫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 삶에서 대학원 진학을 뒤늦게, 도피처로써 고려하기 시작했기에, 대학원에 2년이라는 시간을 쓸 근본적인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였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갔다면, 나의 대학 생활뿐만 아니라, 병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진지하게 계획해 보았을 것 같다.

앞으로 대학원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온다면, 얼마든지 다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해볼 것이다. 취업과 진학은 돌이킬 수 없는 갈림길이 아니라, 어떤 걸 먼저 하느냐에 대한 선후관계로, 다시 만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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